동대문의류봉제협회 박건우 협회장

국내 의류 산업의 중심지였던 동대문이 최근 경기 침체와 소비 패턴 변화로 위축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현장에는 고유의 기술력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는 소상공인들이 있다. OEM 기반의 글로벌 생산, 고급 봉제의 국내 집중, AI 기술과 디지털 샘플링 등 첨단 기술 접목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으며, 정부의 공동인프라 지원과 창업자 육성 프로그램은 이들의 재도약을 뒷받침하고 있다. ‘메이드 인 코리아’의 품질과 감성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이들의 움직임은 변화하는 글로벌 의류 시장 속에서도 여전히 유의미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동대문의류봉제협회의 박건우 협회장을 만나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간단한 자기소개

의류 시장이 활기를 띠던 시절, 광장시장 계단에서 옷을 팔던 모습을 보며 의류업에 뛰어들었다. 당시에는 한 철 장사만 잘해도 집 한 채를 살 수 있을 만큼 시장 분위기가 좋았다. 막연한 의지만으로는 더 이상의 성장이 어려워 브랜드에 들어가 기술부터 제대로 배웠고, 이후 곧바로 장사에 뛰어들어 주로 생산 업무를 맡아 지금까지 40년 넘게 이 일을 이어오고 있다.

동대문의류봉제협회 일을 맡게 되면서 혼자만의 경험이 아닌, 수많은 현장의 노하우를 접하고 이를 함께 나눌 수 있는 공동 인프라 구축에 힘쓰게 됐다. 하지만 지금의 동대문은 빈 점포가 눈에 띌 정도로 경기가 침체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소상공인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우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하며 사명감을 가지고 업무에 임하고 있다.

Q. 주요 비즈니스 영역

의류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들에게 일거리를 제공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동대문의류봉제협회의 주된 사업이다. 이번에 새롭게 출범하는 ‘서울 창신 의류봉제 공동인프라’ 시설 운용이 그 출발점이다. 그동안 시설을 활용하고 있던 회원들도 있지만, 이용 방법을 모르거나 각자의 사정으로 아직 이용하지 못하던 모든 이에게 공정하게 기회를 분배하며 원칙에 따라 시설을 운영하고자 한다.

우리 협회는 정부 시설인 공동인프라 시설의 운영기관으로서 시설 및 장비 관리 업무에 소홀하지 않고 철저히 하려고 한다. 그동안 신상품 개발과 해외 신규 시장 개척 등을 위해 많은 연구를 이어왔다. 협회 회원들인 소상공인 모두가 장인정신으로 함께 힘을 모아 품질을 인정받을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하여 국내외 시장 판로개척을 위한 새로운 패션 문화를 열어가고자 한다.

Q. 경쟁력

우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단순 봉제 작업은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OEM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봉제 기술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고급브랜드의 봉제는 국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아울러 디자인, 샘플링, 기획 등 초기 단계부터 전 과정에 참여하는 ODM 방식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디자이너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시너지 효과도 만들어내고 있다.

동대문의류봉제협회 현장 작업


Q. 준비 중인 신사업

AI 기술을 활용한 패턴 설계, 3D 가상 피팅, 샘플링 자동화 및 디지털 시제품 개발과 스마트 생산관리 등 신기술을 접목하여 업무의 효율성과 정확도를 높이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장의 경제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패션 디자인 공모전’을 개최해 소상공인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고, 창의적인 인재를 발굴하고자 한다. 기존 6월 11일부터 7월 11일까지 접수하는 일정이었지만, 참가자들의 요청에 12일간 연장 접수하고 있다. 7월 23일 접수 마감 이후, 1차, 2차, 3차 심사에 거쳐 선정된 상품의 마케팅을 시작할 방침이다. 여러 플랫폼과 온라인 매체를 통해 국내 시장은 물론, 동남아시아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이뿐만 아니라 7월에는 동대문 두타 3층과 동대문의류봉제협회 건물에서 의류 전시를 선보일 계획이다. 여러 소상공인의 제품을 전시할 기회를 제공하여 판매를 촉진하고, 라이브 방송과 인플루언서 섭외를 통해 해당 행사를 알리고자 한다. 이를 통해 소상공인들에게 희망을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Q. 주요 타깃층

국내에서는 주로 중년 여성을 타깃으로 한 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K-문화 열풍이 부는 만큼, 한국 드라마에 등장하는 여성 배우들의 스타일과 K-팝 가수들의 스타일을 참고한 의류를 수출할 예정이다. 향후 타깃층을 더욱 세분화하고, 각 세대의 관심에 따라 판매채널을 다양화하는 등 높은 판매율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Q. 향후 계획 및 목표

전 세계 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의 입지를 확대하는 것은 협회가 지향하는 가장 핵심적인 목표다. 단순한 수출을 넘어 한국 패션의 우수성과 경쟁력을 세계에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이는 국내 섬유·의류 산업 전반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도 중요한 기반이 된다.

더불어, 과거 국내 의류 산업의 중심지였던 종로 일대를 다시 활성화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이를 위해서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특화된 관광 콘텐츠와 체험형 프로그램이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패션과 문화를 접목한 지역 기반 관광산업이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다.

한편, 협회는 현재 다양한 소재와 원단을 활용해 차별화된 디자인을 개발하고, 이를 브랜드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동시에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마케팅 및 유통 채널을 적극 확대하고 있으며, 고객의 취향과 요구를 반영한 맞춤형 서비스 강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한국 패션산업의 저력을 국내외 시장에서 다시 한번 입증하고자 한다.

서울창신의류공동인프라 출범식


Q. 신규 창업자들을 위한 활동

동대문의류봉제협회는 창업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협회인 만큼, 그들의 성장을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제 막 시작하는 창업자들은 의류를 제작하고 샘플링한 경험이 없거나 비교적 적기에, 이 부분에서 실질적인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신규 창업자가 의류 샘플을 만들어 오면 디테일을 고쳐주거나, 시안을 그려오면 샘플 제작을 돕는 등의 도움을 주고 있다. 이후 촬영을 도맡아 진행하고, 고객이 적은 사업자를 위해 미니 오더로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도 의류를 제작하는 공간을 제공하거나, 자문 역할을 수행하는 등 신규 창업자들의 성장과 안정적인 시장 진입을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Q. 경영 철학

모든 구성원은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품질에 집중한 의류를 제작하며, 고객의 신뢰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마음가짐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 단순히 제품을 만드는 것을 넘어,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깊이 이해하고 이를 반영해 삶의 질을 높이는 '옷 너머의 가치'를 전달하고자 한다. 옷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고객의 일상을 함께 디자인한다는 철학 아래, 진정성 있는 소통을 지속하며 다양한 피드백을 경청하고 제작에 반영하고 있다.

또한, 변화하는 트렌드에 민감하게 대응하면서도 자사만의 창의성과 감각을 더해 차별화된 디자인과 스타일을 제안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일시적인 유행을 쫓기보다, 지속 가능하며 독자적인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고객 중심의 사고와 품질 중심의 철학, 그리고 끊임없는 창의성 추구는 협회가 나아가는 핵심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