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인구 감소와 고강도 부동산 대출 규제로 인해 건축 산업 전반이 구조적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대규모 주택을 빠르게 공급하던 시대는 지나 이제는 ‘얼마나 많이 짓느냐’보다 ‘무엇을 어떻게 지을 것인가’가 중요한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건축 수요가 줄어들면서, 업계는 기존의 대량 공급 중심 모델에서 벗어나 고객 경험과 공간의 정체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특히 단순한 주거 기능을 넘어, 숙박·문화·브랜드 공간 등 프리미엄 맞춤형 공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설계와 시공, 운영까지 아우르는 통합형 서비스 모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앞으로의 건축 산업은 ‘양의 시대’에서 ‘질의 시대’로 전환되는 분기점에 놓여 있다. 급변하는 수요에 적응하고, 새로운 공간 경험을 제안할 수 있는 유연성과 기획력이 업계의 생존을 좌우할 핵심 요소가 되어가고 있다. 자람건설의 김선주 대표를 만나 건설 산업의 미래와 이들만의 경쟁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Q. 자기소개 및 창업 동기
오랜 시간 설계 분야에 몸담으며 대형 프로젝트들을 경험해왔다. 한남더힐, 마곡지구 도시개발사업 등 굵직한 현장에 참여하며 실무 역량을 쌓았고, 마지막으로는 광명역 어반브릭스 프로젝트를 맡아 마무리했다. 현장에서 느낀 가장 큰 문제는 건설의 편의성이 우선시되다 보니 건축 본연의 가치가 왜곡된다는 점이었다.
‘공사하기 어렵다’ 혹은 ‘공사비가 많이 든다’는 이유로 건축가의 디자인이 무시되거나 축소되는 사례가 많았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건축가의 설계를 최대한 존중하고 이를 현실화하는 방향으로 프로젝트를 디벨롭하는 방식에 집중해왔다. 때로는 건축가가 디자인을 완성하지 못한 경우, 설계팀이 그 빈자리를 메워가며 프로젝트를 완성해냈다. 이러한 경험은 단순한 설계를 넘어 건축과 개발 사이의 균형을 고민하게 했고, 결국 이를 해결하기 위한 창업으로 이어졌다.
Q. 주요 비즈니스 영역
공공시설, 공장, 업무공간, 단독주택 등 다양한 유형의 건축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단순한 시공을 넘어 건축 전 과정에 걸친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을 핵심 비즈니스 모델로 삼고 있다. 설계 초기 단계에서부터 사용자의 요구와 건축가의 의도를 정교하게 조율하고, 실제 시공 단계까지 연결하여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이고, 공사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자사는 대형 설계사무소와 소규모 건축 아뜰리에에서 실무를 경험한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은 풍부한 현장 경험을 기반으로 건축주의 니즈를 분석하고, 그것을 현실적인 공간으로 구현하고 있다. 특히 일방적인 설계 제안이 아닌, 건축주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맞춤형 공간을 기획하는 점이 자람건설만의 특징이다.
이에 더해 기능적인 공간을 짓는 데 그치지 않고, 브랜딩 관점에서 건축에 접근한다. 공간이 담고 있는 메시지와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병행함으로써, 기업의 아이덴티티를 강화하고 사용자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데 집중한다.
Q. 부동산 토탈 서비스에 관하여
자람건설은 건축주의 의뢰에 따라 지역 선정부터 토지매입, 설계, 시공 및 브랜딩까지 전 주기를 제공하는 부동산 토탈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건설 이후에는 건물의 성격에 따라 임차인을 모집하고, 고객의 요구에 따라 건물 유지관리를 맡기도 한다. 이는 건물에 관해 가장 잘 아는 건설사가 해당 건물의 유지관리에도 특화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건축 과정에서는 건축주에게 매일의 진행 정도를 보고하고, 사용승인 후 시설물 점검까지 마친 후에는 ‘프로젝트 북’을 제공한다. ‘프로젝트 북’ 건축 전 과정을 담은 책으로, 건축주의 요구사항이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어떤 식으로 공사가 진행되었는지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이는 자사의 고객인 건축주와 신뢰를 쌓으면서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집짓기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Q. 준비 중인 신사업
인구 감소에 따른 주거 수요 축소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건축 중심의 사업에서 소비 트렌드 기반의 신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하고자 한다. 더 이상 많은 집이 필요하지 않은 시대에 소비자가 어디에 가치를 두고 있는지에 대한 탐색을 신사업의 핵심 과제로 삼았다.
특히 최근 개인 경험과 자기 투자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에 주목하여 충청권 등 빈집을 리모델링한 하이엔드 소규모 숙소 사업을 준비 중이다. 해당 숙소는 고가의 숙박비가 책정되는 고급 공간으로, 단순한 숙박을 넘어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프리미엄 모델로 구성할 계획이다.
또한 대출 규제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을 고려해, 대출 의존도를 낮추고 소유보다 경험 중심의 소비 흐름을 반영한 사업 구조를 설계할 예정이다.
Q. 경쟁력
자사의 가장 큰 경쟁력은 ‘부동산 토탈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 있다. 설계, 시공, 자재 선정 등 건축의 모든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통합적으로 수행하여 책임 소재가 명확하고 의사결정이 빠르다는 장점을 지닌다. 일반적으로는 설계사와 시공사가 분리되어 있어 공사비 증가나 설계 변경 등의 문제가 발생할 때 서로 책임을 전하는 일이 생기기도 하지만, 자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흐름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에 갈등 없이 안정적으로 공정을 관리할 수 있다.
또한, 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시장 상황에서도 즉각적인 대체재를 제안하고 적용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추고 있어, 고객에게는 예산 초과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신뢰도 높은 파트너로 평가받는다.
Q. 주요 타깃층 및 고객관리
자사의 주요 타깃층은 법인 고객으로, 전체 고객 중 약 80%가 기업이나 기관에 해당한다. 이들은 주로 사옥, 복지시설, 공장, 프랜차이즈 매장 등 특정 목적을 가진 공간을 계획·건축하려는 고객들이며, 대규모 프로젝트를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이삭토스트, 메가커피, 런드리고등 프랜차이즈 브랜드 본사, 그리고 통신국책사업을 진행하는 M사, 스타트업 ‘무브먼트랩’ 사옥 등 다양한 상업 및 업무공간 프로젝트를 수행해 온 경험이 자사의 신뢰도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처럼 법인 고객 중심의 시장에서 신뢰를 얻기 위해, 단순한 설계·시공을 넘어 철저한 사후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A/S가 발생하지 않도록 설계·시공 단계에서부터 사전 검토와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며, 잠재적 문제를 미리 제거하려고 노력한다. 그럼에도 문제가 발생할 경우 즉각적으로 대응 가능한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자체 유지관리 전문 법인을 통해 신속하고 책임감 있는 사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Q. 경영철학
구성원 간 대화를 많이 나누는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직원과의 잦은 소통이 고객 만족 실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다 함께 참여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회의 문화를 만들었다. 이뿐만 아니라 건설 현장에 있는 현장 소장들과도 많은 대화를 통해 실수나 하자를 빠르게 발견하고,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한다. 이처럼 대화가 많은 사내 문화는 구성원 간 올바른 동료 의식을 제고할 뿐만 아니라, 더 나은 결과물로 고객에게 신뢰를 쌓는 과정이 될 것이다.
Q. 동종업계 미래 창업자에게
핸드폰을 열었을 때 일을 줄 사람이 5명 이상 없다면 사업 시작을 과감히 포기하라고 말하고 싶다. 건축 수요가 줄어들며 건축 산업이 하향세를 걷고 있는 만큼, 창업에는 많은 고민과 신중함이 필요하다. 아무리 본인의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확실한 거래처가 없다면 시작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이미 사업을 시작했다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전하고 싶다. 사업이라는 자전거는 계속해서 발을 굴려야 쓰러지지 않는다. 특히 건축 산업은 변화하는 시대에 따라 많은 공부가 필요하고,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끊임없이 생각해 내야 한다. 결코 쉽지 않은 길이지만, 선택했다면 그 길에서 최상의 위치에 도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