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어린이들의 놀이라고 여겨졌던 보드게임은 최근 단순한 오락을 넘어 문화와 교육, 사회적 소통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국내외 보드게임 개발사들은 창의적인 게임 디자인과 전략적 기획을 통해 글로벌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보드게임이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사람과 사람을 잇는 중요한 매개체의 역할을 확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년 이상 보드게임 업계에 종사하며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다양한 보드게임과 그 안에 담긴 문화를 전달해 온 게임올로지의 최정희 대표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자기소개 및 창업 동기
지난 2002년 보드게임카페에서 근무하며 보드게임 수입 업무를 맡아 업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이후 약 20년간 보드게임 분야에서 활동하며 국내외 보드게임 라이선싱, 제작, 유통까지 전 과정 관여하고 있다. 때로는 기획자나 디자이너로서의 업무를 수행하며, 때로는 퍼블리셔로서 좋은 게임을 전 세계에 소개하는 일을 병행하고 있다.
창업의 시작은 가치 있는 콘텐츠를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했다. 보드게임은 단순한 놀이를 넘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문화라고 생각하기에, 해외 명작을 한국에 소개하고 한국 게임을 세계 시작에 내보내며 세계인의 문화를 연결하고자 했다.
Q. 주요 비즈니스 영역
게임올로지는 자사 브랜드 'playte(플레이트)'를 운영하며 보드게임의 기획, 디자인, 제작부터 국내외 유통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게임들을 글로벌시장에 선보이며, 세계 각국의 퍼블리셔와 협업해 현지화 작업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디자인과 완성도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최근에는 수출액이 국내 판매액을 넘볼 정도로 해외 시장 반응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가장 반응이 좋은 국가는 프랑스로, 현지 퍼블리셔와의 협업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은 최근 들어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일본은 꾸준히 인기가 많은 시장으로, 탄탄한 커뮤니티와 충성도 높은 팬층이 형성되어 있다.
국내에서는 ‘마헤(주사위 게임)’, ‘고양이 냥냥 시리즈’, ‘오라파 마인 추리 게임’ 등이 특히 인기를 끌고 있으며, 리뷰 수가 많은 제품일수록 그 인기도를 확인할 수 있다.
Q. L BOARD 시스템에 관하여
자사의 가장 큰 경쟁력은 ‘작게, 가볍게, 그러나 재미는 그대로’라는 철학에 기반한 제품 설계에 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L BOARD 시스템을 도입해 보드게임 패키지를 최소화하면서도 본질적인 게임성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L BOARD 시스템은 처음 대형 마트 납품 과정에서 유통 및 보관 비용 부담을 직접 경험하면서 시작됐다. 한정된 공간, 비싼 보관료, 복잡한 물류 구조 속에서 제품을 작고 가볍게 만들 필요성이 자연스럽게 제기되었다. 게임 보드 크기를 줄이면서 플레이에 지장이 없도록 설계하여 생산단가 절감, 운송 효율화, 보관료 최소화라는 효과를 동시에 달성했다.
L BOARD는 가격 자체도 저렴하고, 무게와 부피가 작아 해외 배송비 절감 효과도 크다. 특히 일본 시장에서는 작고 아기자기한 패키지가 선호되는 경향과 맞물려 큰 인기를 얻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점차 긍정적인 반응이 늘고 있다.
이러한 제품력의 바탕에는 인하우스 디자이너 김완진이 직접 참여한 일러스트와 그래픽 디자인이 있다. 또한, 세계 각국 퍼블리셔들과 쌓아온 신뢰와 협업 경험 덕분에 다양한 지역과의 현지화 및 공동 제작이 빠르고 유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Q. 준비 중인 신제품
플레이트는 최근 ‘오라파 마인(Orapa Mine)’, ‘스테레오마인드(StereoMind)’, ‘냥칼라’라는 창의적인 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오라파 마인’은 교육적 요소와 퍼즐적 재미를 동시에 담아낸 게임으로, 어린이와 학부모뿐 아니라 교육용 콘텐츠를 찾는 글로벌 퍼블리셔들에게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현재 여러 해외 퍼블리셔들과 라이선스 협의가 진행 중이다.
‘스테레오마인드’는 다중 시각과 창의적 사고를 요구하는 콘셉트의 게임으로, 청소년 및 성인 타깃의 추상적 사고 능력, 직관력, 팀워크 등을 자극한다. 기존 캐주얼 보드게임과는 다른 방식의 몰입감을 제공하며, 보드게임을 단순한 여가가 아닌 두뇌 자극형 콘텐츠로 즐기려는 이용자층에게 어필하고 있다.
‘냥칼라’는 아프리카 전통 게임을 모티프로 한 고전 전략 게임으로, 한국의 윷놀이와 유사한 구조를 가진다. 이 게임은 오리지널 작가로부터 정식 라이선스를 받아 개발되었으며, 전통 게임에 귀여운 고양이 테마와 감각적인 패키지 디자인을 결합해 전 연령층이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재구성했다.
Q. 주요 타깃층 및 고객관리
자사는 보드게임을 처음 접하는 가족 고객부터 매니아 게이머까지 폭넓은 타깃층을 보유하고 있다. 넓은 타깃층을 아우르기 위해 유통에 각별히 주목하여 더 많은 이가 자사의 제품을 접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SNS, 오프라인 행사, 국제 보드게임 페어 등을 통해 고객과 대면하며, 피드백을 수용하여 즉시 다음 제품 기획에 반영하고 있다.
자사의 제품은 국내 주요 보드게임 전문 매장과 온라인 쇼핑몰, 대형 플랫폼 등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해외에서는 파트너사들의 유통망을 통해 일본, 미국, 유럽 전역에 공급되고 있다. 또한, Tokyo Game Market, Essen SPIEL 등 국제 게임 페어에서도 직접 부스를 운영해 고객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X나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는 게임에 대한 정보, 박람회 일정 등을 공유해 고객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Q. 향후 계획 및 목표
한국 보드게임이 세계 시장에서 ‘작지만 강한 콘텐츠’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이를 위해 앞으로도 세계 각국의 퍼블리셔들과 긴밀히 협력하며, 창의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갖춘 보드게임을 꾸준히 개발하고 선보일 계획이다. 단순한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지속 가능한 재미와 감각적인 디자인, 글로벌 호환성을 갖춘 콘텐츠를 통해 전 세계 이용자들에게 한국 보드게임의 매력을 알리고자 한다.
Q. 경영철학과 조직 문화
자사는 ‘신뢰를 자산으로, 즐거움을 결과로’라는 말을 마음에 새기며 파트너와의 약속을 지키고, 소비자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 단순히 제품을 만드는 것을 넘어 신뢰를 기반으로 즐거움을 전달하는 데 가치를 둔다.
이를 위해 책임감과 센스를 갖춘 인재를 중시하며, 단순 업무 수행을 넘어서 다음 단계를 미리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길 기대한다.
자율 복장을 선호하며, 자유롭고 편안한 근무 환경을 제공한다. 하고 싶은 일을 제안하고, 하기 싫은 일은 솔직히 말할 수 있는 분위기다. 불필요한 절차를 줄이고 효율성을 높여 야근 없는 조직 문화를 유지한다. 장기적으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동료들과 자율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일하는 환경을 지향한다.
Q. 미래 창업자에게
창업은 빠른 길이 아니라 꾸준히 걸어야 하는 긴 여정이다. 시장의 트렌드를 좇기보다 자신만의 가치를 지켜나가는 것이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또한, 조직 내에서 혼자 모든 것을 하려고 하기보다 신뢰할 수 있는 동료를 찾아 업무를 분담하고, 많은 아이디어를 조합해 최고의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치 있는 사람들과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도전자들의 앞날을 응원한다.
Q. 마지막으로
보드게임은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도구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그리고 문화를 이어주는 중요한 매개체라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서로 다른 배경과 생각을 지닌 사람들이 함께 모여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할 수 있다. 자사 브랜드 플레이트는 이러한 역할을 바탕으로 한국과 세계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고자 한다. 앞으로도 플레이트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하고, 문화적 다양성을 경험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