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K-뷰티 브랜드의 일본 진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2022년부터 한국은 최대 수입국이던 프랑스를 제치고 일본 화장품 시장의 최대 수입국으로 발돋움했다. 2024년 상반기 한국 화장품의 일본 수출은 약 600억 달러를 돌파하며 프랑스 브랜드를 앞섰고, 일본 수입 화장품 시장에서 국내 브랜드가 점유율 28.8%로 선두를 유지했다.
특히 편의점과 로프트, 돈키호테와 같은 라이프스타일 매장에 입점하며 소비자 접근성이 크게 확대되었고, 젊은 MZ 세대 중심으로 브랜드 충성도가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K-뷰티의 활발한 움직임 속, 국내 뷰티 브랜드의 일본 진출을 돕는 클립프루브의 조정호 대표를 만나 플랫폼의 방향성과 철학에 관해 들어보았다.
Q. 자기소개 및 창업 동기
국내에서 화장품 회사를 운영하며 한국 뷰티 산업의 가능성과 한계를 모두 경험했다. 뛰어난 제품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국내 시장에서 성장의 한계를 느끼며, 자연스럽게 해외 진출을 모색하게 됐다. 먼 나라보다는 문화적으로도 가깝고 진입장벽이 비교적 낮은 선진국을 찾던 중, 일본 시장에 주목하게 되었다. 일본은 한국 화장품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이고, 현지 채용과 운영 측면에서도 비교적 유연한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클립프루브는 단순히 제품을 수출하는 것을 넘어, 브랜드와 소비자, 인플루언서가 신뢰를 기반으로 연결되는 새로운 유통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탄생했다. 거대한 플랫폼 중심의 일본 유통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방식이 필요했다. 수원 스타필드 인근의 허름한 칼국수집처럼 비록 작고 낡았지만, 줄을 서서 먹는 집에는 대체 불가능한 매력이 있었다. 클립프루브도 그런 브랜드가 되고자 했다. 독창적인 시도, 진정성 있는 연결, 그리고 한국 화장품의 매력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창업을 결심했다.
Q. 주요 비즈니스 영역
클립프루브는 자체 플랫폼 하이클립(hiclip)을 중심으로 브랜드, 인플루언서, 소비자가 신뢰를 기반으로 연결되는 K-뷰티 수출 생태계를 운영하고 있다. 단순한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그치지 않고 브랜드의 성장부터 마케팅, 현지 물류까지 전 과정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일본 시장을 타깃으로 브랜드는 제품을 효과적으로 노출하고, 인플루언서는 자신만의 채널을 통해 매출을 직접 창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하이클립 앱은 인플루언서에게 제품 소개 이상의 가치를 제공한다. 자신이 발굴한 브랜드가 일본 시장에서 점점 알려져 가는 과정을 함께하며, 성과에 따라 매출의 최대 20%까지 수익을 가져갈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는 단기적인 광고성 활동이 아니라, 인플루언서가 진정성 있게 브랜드의 일부가 되어가는 구조다. 따라서 인플루언서 모집과 이들을 동기부여하는 구조를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Q. 경쟁력
클립프루브는 마케팅 인력과 시간의 부족, 높은 비용, 현지 시장 정보 부족 등 수출에서 브랜드들이 겪는 어려움을 공감하는 것에서 시작됐다. 수많은 브랜드가 뛰어난 제품을 가지고 있음에도 해외 진출에서 막히는 지점은 노출과 신뢰다.
일본 소비자는 한국 화장품에 관한 관심은 높지만, 실제로 써볼 기회는 적고 일본에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 제품도 많다. 또한, 일본의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은 한국 브랜드와 협업하고 싶지만, 접점이 없고 기회가 제한적이다. 클립프루브는 이 간극을 메우고자 한다.
자사는 일본 문화를 깊이 이해한 현지화 마케팅 전략을 통해 단기간 내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현지 시장에 녹여낸다. 160명 이상의 일본 마이크로 인플루언서와 신뢰 기반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브랜드가 단 1주일 만에 일본 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한국 화장품이 일본 소비자에게 더 가깝고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Q. 준비 중인 신사업
국내 브랜드의 원활한 일본 진출과 매출 상승을 위해 일본 내 판매 채널 및 협력업체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이너뷰티 등과 같은 카테고리를 추가해 제품 다양화 전략에 나설 계획이다. 이는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넓히고, 더욱 다양한 소비자층을 형성하기 위함이다. 이를 통해 일본에서 생성된 긍정적 콘텐츠를 바탕으로 동남아시아 및 미국 진출을 구체화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전 세계 곳곳의 시장에 진출하여 K-뷰티를 널리 알리고자 한다.
Q. 주요 타깃층 및 고객관리
현재 클립프루브의 주요 타깃층은 일본의 20~30대 여성 소비자이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등 이들이 주로 사용하는 SNS를 활용하여 콘텐츠 마케팅을 통에 자연스럽게 인지도를 쌓으며 유입을 끌어내고 있다. 하이클립 앱 내 리뷰, 인스타그램 DM, 구매 경험 설계 등 상호작용 중심의 고객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를 통해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상품 발굴과 마케팅 전략을 기획하고 있다.
공식 홈페이지를 비롯해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클립프루브를 접할 수 있으며, 일본 소비자들은 하이클립 앱과 큐텐 재팬 등의 이커머스에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Q. 향후 계획 및 목표
올해 일본 시장 내 온·오프라인 입점의 안정화를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국내 화장품 브랜드가 일본 시장에 자연스럽게 안착하고, 일회성이 아닌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판매를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단기적인 노출이나 이벤트 중심의 마케팅이 아닌, 실질적인 입점과 반복 구매가 일어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하이클립 플랫폼의 기능을 고도화하여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궁극적으로 클립프루브는 단순한 수출 창구가 아닌, 국내 K-뷰티 브랜드들이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허브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Q. 경영철학
‘진정성 있는 연결이 성장을 만든다’는 신념으로 클립프루브를 운영하고 있다. 브랜드, 인플루언서, 소비자 등 각 주체가 모두 신뢰하고 애정을 느낄 수 있는 관계가 형성될 때, 플랫폼은 단순한 거래 공간을 넘어 살아있는 생태계로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철학은 팀을 꾸릴 때도 적용된다. 무엇보다 인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서로 다른 배경과 성향을 지닌 팀원들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문화를 지향한다. 다르다는 이유로 맞추기를 강요하기보다는,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조율할 수 있는 태도가 중요하다. 각자의 역할에 몰입하면서도, 동료의 업무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아는 공감 능력이 팀 전체의 유연성과 지속 가능성을 만든다고 믿는다.
Q. 미래 창업자에게
‘연결’이라는 키워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람과 사람, 브랜드와 고객, 아이디어와 실행 등 각각은 독립적인 요소처럼 보이지만, 결국 이들이 어떻게 연결되느냐에 따라 결과는 전혀 달라진다. 단순히 기술이나 전략으로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진정성과 공감이 담겨 있어야 비로소 의미 있는 만남이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세상에서 혼자서 할 수 있은 거의 없기에 ‘좋은 연결’을 만들 줄 아는 능력은 개인의 역량을 넘어 팀, 조직, 그리고 플랫폼 전체의 성장을 좌우하는 핵심이 된다. 누구와 함께하느냐, 어떻게 이어지느냐에 따라, 같은 아이디어도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Q. 마지막으로
하이클립은 단순히 제품을 파는 플랫폼이 아니라, 한국의 숨겨진 뷰티 브랜드를 일본 시장에 소개하는 큐레이션 생태계다. 일본 20~30대 여성 소비자들이 ‘그거 어디서 샀어?’라고 물을 정도로 매력적인 브랜드를 발굴하고, 인플루언서와 소비자를 통해 자연스럽게 입소문을 유도하는 구조를 만든다.
우리는 대형 플랫폼과 경쟁하지 않는다. 작지만 독창적인 브랜드가 일본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도우며, 한국 뷰티 브랜드의 수출 파트너로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온라인도 결국 오프라인처럼 신뢰와 경험이 중요한 만큼, 우리는 사람과 브랜드 사이의 진정성 있는 연결을 중심에 둔다.